"발리에서 다리가 부러지다"
희한하게 외국에 있으면서 보험이 만료되었을때 꼭 사고가 하나씩 생겨요.
6월 어느날 저녁, 친구랑 약속이 있어 만나러 가는길에 자주가던 슈퍼에 잠깐 들렀다가 나오는길에 어이없게 다리를 접질렀어요.
태어나 첨으로 뼈가 부러졌는데.. 정말 말못할 고통에 소리도 못내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자리에서 앉아 울고만 있었어요.
그와중에도 보험이 없는데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까 하는 걱정이 드는걸보니 그렇게 죽을만큼 아프진 않았나봐요..
지금와서 후회되는것은 그당시에 병원을 바로 갔었으면 더 빨리 나았을텐데 하는 생각..
"발리의 힐러들을 찾아서"
다리가 부러진건지 인대가 파열된건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주변에 있던 발리사람들이 병원은 가면 무조건 수술하라고 하고 외국인이라고 돈만 뜯어내니 근처 힐러 한테 가라고 했어요.
저도 판단이 안서는 상황에서 일단은 밤도 늦었고 한창 코로나가 마구잡이로 번져가던 시기라 병원에 가기가 무서웠어요.
결국 힐러를 보러 가기로 하고 두명의 부축을 받고 힐러 집으로 들어갔죠.
그곳에서는 처음에 뼈가 어긋난거라며 뼈를 살살 만져가며(지금생각해보면 부러진뼈를 가지고ㅠ) 맞춰주는듯 했어요 그러며 하는말이 내일이면 걸을 수 있을거라고 했죠.
그곳에 다시는 안갔으니 제가 4개월동안 목발을 짚고 다녔다는거는 상상도 못하겠죠 그분은.. 돌팔이..
그 뒤로는 발리사람들이 용하다고 하는 힐러들은 다 찾아갔어요.
발리사람들은 종교때문인지 어떤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전통 힐러를 맹신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제가 힐러를 찾아갔을때보니 제가 젤 안아픈 환자였으니 말이예요.. 어깨부러진사람, 허벅지 부러져서 침대채로 실려온 사람 등등.. 이게 엑스레이 한방 안찍고 여기와서 고쳐질까 하는 의심..
아마 모든 외국인들이 그렇겠지만 여지껏 현대 의료과학 환경에서 살아왔는데, 엑스레이 한번 눈으로 확인 못하고 전통치료를 따를 수 있는 사람은 1도 없을 것 같아요. 저또한 마찬가지였고요.
5번정도 친구가 데리고 가줬지만 저는 1000번을 가도 믿지 못할 것 같았어요.
한국을 들어가서 고쳐야 하나 여기서 그냥 병원을 가봐야하나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결국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라도 한방 찍어보기로 했죠.
코로나 무서워서 뒷문으로 들어갔어요 ㅋㅋ
결론은 발목에 금이 아주 길게 났고 의사는 핀을 박는 수술을 받는것을 권장했어요.
한국이었으면 바로 병원에 가서 예약을 하고 수술을 했을테지만 여기서는 수술을 절대 받을 생각이 없으니 너무너무 고민이 되었어요.
목발을 짚고 혼자 한국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 것 같고, 또 들어가면 한동안 이곳에 못돌아 올것을 아는데... 또 내다리는 소중하고.. 3가지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렇게 목발을 짚고 붕대를 하고 밍기적거리다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붓기도 많이 빠졌고 통증도 거의 사라졌는데 뼈가 붙었는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를 노릇이니 다시한번 병원에 가보기로 했고 제가 이번에 갔던 Ruma sakit Mandara 를 찾게 되었어요.
"병원도 흥정"
발리는 모든게 다 흥정이예요.
시장, 옷가게는 말도 할 것 없이 기본이고 심지어 공공기관, 병원도 모두 가격 협상을 할 수 있어요.
특히나 외국인에게는 부르는게 값이고 병원같은 경우는 현지인의 4배, 5배.. 제가 아는 분을 예로 말씀드리면 오토바이 사고로 발가락이 부러져 발리에서 제일 유명한 국제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셨는데 한화로 700만원정도, 거기에 수술실력도 별로, 재수술까지 받으섰어요.
외국인들의 후기를 보면 엑스레이는 기본 20만원부터 해서 50만원 까지 청구를 한다고 합니다.. 어디 병원비 무서워서 병원이나 가겠어요.
제가 간 곳을 새로생긴 국립병원인데 후기가 굉장히 좋았어요.
사누르에 위치해있고 미리 전화를 해보니 정형외과 의사선생님은 12시까지만 근무를 한다고 하여 부랴부랴 가서 접수를 하고 제 차례를 기다렸어요.



이 큰 병원에서 정형외과 의사가 하루에 한명만 근무를 한다니.. 이해할 수 없음의 연속이었지만 참고 2시간을 기다려 겨우 진료를 받을 수 있었어요.
엑스레이를 찍고 결과를 기다리는 순간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결과는! 뼈가 거의 붙었대요! 사진으로 봐도 금간 부분이 살짝씩 흐려지고 있더라구요.
목발은 한쪽만 짚어도 되고 물리치료를 시작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다리가 다 나았다고 한게 아니었는데도 저 말씀에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어요.
그 전날까지는 발이 아팠는데 직접 확인하고 나니까 희한하게도 다리가 안아프고 발을 디뎌 걸을 수 있더라구요. 아마 심리적인 걱정이 너무 앞서 자가치료도 더 늦어졌던 것 같아요.
제일 중요한 병원비는 엑스레이, 레지스트레이션, 스페셜리스트 미팅까지 다 합해서 394.000 rp 나왔어요. 한국돈으로 약 36000원! 정말 저렴해서 깜짝 놀랐어요.
그렇게 한달의 시간이 흘렀고 현재 목발없이 걸을 수 있답니다. 아직은 펭귄처럼 뒤뚱거리고 계단을 오르내릴때 어렵지만 천천히 운동하면 금방 정상적으로 활동 할 수 있을거 같아요.
올해는 악재에 악재가 겹쳐 너무나도 힘든 한해를 보냈어요.. 탈모에 다리 골절.. 하는일은 잘 안되고 ㅠㅠ 그래도 교훈들은 많이 남았어요.
여행자 보험을 꼭들자, 머리를 잘 말리고 자자, 뉴스를 잘 보자 등등 ㅋㅋ
부디 2020년이 무사히 지나가고 2021년에는 좋은 일들만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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